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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창 기자의 거짓과 진실

아내 아닌 여인과 한 번의 데이트

우종창 2020.11.26 09:58 조회 수 : 390

   <편집자 주; 이 글은 외국 작가가 쓴 것으로, 한글로 번역되었다. 시인 겸 시낭송가로 활동 중인 손현수 시인이 10여 년 전에 이 글을 찾아냈다. 그 내용을 기억하고 있던 손현수 시인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최근에 한국민주문학회 카톡방에 올렸다. 용인 시낭송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손현수 시인은 작년에 새봄 업고 노는 산기슭이라는 시집을 출간했다.>

 

아내 아닌 여인과 한 번의 데이트

얼마 전에 나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을 만나러 갔다.

실은 내 아내의 권유였지만...

 

어느 날 아내가 내게 말했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잖아요인생은 짧아요, 당신은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해요.”

아내의 그 말은 정말 뜻밖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다

 

"근데 여보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나 나의 말에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알아요그렇지만 당신은 그녀도 사랑하잖아요."

 

내 아내가 만나라고 한 다른 여자는 실은 내 어머니이시다.

미망인이 되신지 벌써 몇 년...

일과 애들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었다.

 

그날 밤나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같이 영화도 보고저녁 식사도 하자고 제안했다. .

 

그런데 어머니가 의아해 하시면서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혹시 나쁜 일은 아니지?"

 

알다시피 내 어머니 세대는 저녁 7시가 지나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나쁜 소식일 거라고 믿는 세대다.

 

그냥 엄마하고 단 둘이 저녁도 먹고영화도 보고 싶어서요

괜찮겠어요?”

 

잠시 후 어머니가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그러자꾸나".

 

다음 날 저녁일이 끝나고 차를 몰고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

금요일 밤이었고 나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기분에 휩싸였다.

첫 데이트를 하기 전에 갖게 되는 가슴 두근거림이라고나 할까...

 

도착해서 보니 어머니도 다소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어머니가 벌써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계셨는데 근사한 옛 코트를 걸치고머리도 다듬으신 모양이었다.

 

코트 안옷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두 분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에 입으셨던 것이다.

어머니의 얼굴이 애인을 기다리는 소녀 같이 환한 미소로 활짝 피어났다.

 

어머니가 차에 오르시며 "친구들에게 오늘 밤에 아들과 데이트 하러 간다고 했더니 모두들 자기들 일인 양 들떠있지 뭐냐하고 말씀하셨다.

 

어머니와 함께 간 식당은 최고로 멋진 곳은 아니었지만 종업원들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했다.

어머니가 살며시 내 팔을 끼었는데 대통령 영부인이라도 되신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 어머니가  "내 눈이 옛날 같지가 않구나하시면서 메뉴를 읽어 달라고 하셨다.

 

메뉴를 반 쯤 보다 눈을 들어보니 어머니가 향수에 젖은 미소로 나를 빤히 쳐다보고 계셨다..

 

"네가 어렸을 때는 내가 너한테 메뉴를 읽어 줬는데..."

 

그 말을 듣고 내가 말했다.

 

"오늘은 내가 읽어 드릴게요엄마."

 

그날 밤 우린 특별한 주제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였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어머니와 끊임없이 옛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마침내 대화의 밑천이 바닥이 났다....

 

빙긋이 웃으시며 어머니가 말했다.

 

"다음에 또 오자꾸나

단 다음번은 내가 낸다는 조건이야."

 

어머니를 다시 댁에 모셔다 드렸는데 헤어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를 안고 볼에 키스하며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 드렸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감사하며 말했다.

 

"멋진 저녁이었어그렇게 할 수 있게 말해줘서 고마워." .

 

"어머니와 좋은 시간이었던가 보지요?" 아내가 말했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어."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사랑하는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그것은 너무 순식간이어서 나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에어머니와 내가 함께 했던 식당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그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아무래도 다음 번 데이트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구나

정말 그럴 것 같다

그러니 이번엔 너와 네 처가 둘이서 너와 내가 했던 것처럼 함께 즐겼으면 한다.

 

너희 식사비용은 내가 미리 다 지불했다.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그날 밤의 시간들이 내겐 얼마나 뜻깊은 일이었는지 네가 꼭 알아주면 좋겠다사랑한다!! 엄마가...’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이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동안 우리와 함께 할 것인지 모르고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만약님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다면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만약 안 계시다면 오늘의 당신을 있게 하신 어머니를 기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