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을 갉아먹고, 나라를 망치는 다섯 가지 종류의 좀벌레가 있다. 간사한 지식인도 그 범주에 속한다. 조선일보 2011. 1. 13.에 보도된 「이한우의 간신열전」을 인용,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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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지하는 1970년 ‘오적(五賊)’이란 풍자시를 통해 당시의 재벌, 국회의원, 고위 관료, 장차관, 장성들을 비판했다. 더욱 통렬한 부분은 이 오적을 탄핵하려 해도 포도대장마저 매수돼 오적의 개집이나 지키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풍자한 대목이다.
시인은 아마도 ‘을사오적(乙巳五賊)’에서 이 말을 가져온 듯한데, 중국 역사에도 이와 비슷한 풍자의 전통이 있다.
법가(法家)의 한비자(韓非子)는 이미 오래전에 오두(五蠹)를 말했다. 다섯 종류의 좀벌레[蠹]라는 뜻이다. 낡은 이상이나 달달 외는 유가(儒家), 말재주나 부리는 세객(說客), 사사로운 무력으로 국법을 무력화하는 유협(游俠), 병역이나 세금을 피하는 권문귀족, 농민의 이익을 앗아가는 상공인을 오두로 꼽았다.
1895년 청일전쟁 패배 이후 청나라에는 각성과 근대화를 부르짖는 사상가가 많았다. 그 중 한 사람이 밀의 ‘자유론’, 스미스의 ‘국부론’ 등을 번역한 옌푸(嚴復·1851~1921)다.
그는 일본어식 번역을 반대해 ‘society’를 ‘사회(社會)’라고 하지 않고 군(群)이라 했으며 사회학도 군학(群學)이라고 했다. ‘우리를 패망에서 구하려면[救亡決論]’이라는 글에서 그는 사농공상(士農工商) 중에서 특히 사(士)가 문제라며 아예, ‘노는 손[游手]’이라고 불렀다.
농민과 상공인은 모두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데 반해, 유독 사(士)만 그렇지를 못해 입만 벌린 채 누가 먹여주기만 기다린다고 했다. “이렇기 때문에 사란 실로 백성들의 좀벌레[民之蠹]다.” 그래서 나라도 좀먹어 간다[國蠹].
‘민주 건달’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네 586들의 낡은 이념 정치를 보고 있노라면 한비자의 세객(說客) 비판이나, 옌푸의 지식인 비판이 그대로 적용될 만하다.
지금 ‘민주 건달’ 중에서 여기에 딱 해당되는 인물은 얼마 전 밀의 ‘자유론’을 끌어들여 “백성들을 좀먹었던”, 자칭 ‘어용지식인’이란 사람이다. 하필 그가 떠오른 이유는 어쩌면 옌푸가 옮긴 책 중에 밀의 ‘자유론’이 포함돼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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