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법 원
판 결
사 건 2018도14303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일부 인정된 죄명 강요미수), 강요미수, 공무상비밀누설
피 고 인 박근혜 (52년생)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이은성, 이민규, 유신혜(국선)
원 심 판 결 서울고등법원 2018. 8. 24. 선고 2018노1087 판결
판 결 선 고 2019. 8. 29.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가.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진술(이하 ‘안종범의 업무수첩 등’이라 한다)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
1) 전문증거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형사소송법은 제310조의2에서 원칙적으로 전문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한다. 다른 사람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는 요증사실이 무엇인지에 따라 정해진다. 다른 사람의 진술, 즉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지만,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등 참조).
어떤 진술이 기재된 서류가 그 내용의 진실성이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될 때는 전문증거가 되지만,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때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다(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도16001 판결 등 참조). 그러나 어떠한 내용의 진술을 하였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될 것이라는 이유로 서류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다음 그 사실을 다시 진술 내용이나 그 진실성을 증명하는 간접사실로 사용하는 경우에 그 서류는 전문증거에 해당한다. 서류가 그곳에 기재된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을 증명하는 데 사용되어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형사소송법 제311조부터 제316조까지 정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증거능력이 없다.
나)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안종범에게 말한 내용에 관한 안종범의 업무수첩 등에는 ‘피고인이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이하 ‘지시 사항 부분’이라 한다)과 ‘피고인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피고인이 단독 면담 후 안종범에게 불러주었다는 내용’(이하 ‘대화 내용 부분’이라 한다)이 함께 있다.
첫째, 안종범의 진술 중 지시 사항 부분은 피고인이 안종범에게 지시를 한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라면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 해당하여 본래증거이고 전문증거가 아니다. 그리고 안종범의 업무수첩 중 지시 사항 부분은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따라 공판준비나 공판기일에서 그 작성자인 안종범의 진술로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경우에는 진술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안종범의 업무수첩 등의 대화 내용 부분이 피고인과 개별 면담자 사이에서 대화한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진술증거인 경우에는 전문진술로서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1항에 따라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한 것임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안종범의 업무수첩 등이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안종범의 업무수첩 등은 피고인과 개별 면담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면 대화 내용을 증명하기 위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수 없는 것을 결국 대화 내용을 증명하는 증거로 사용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전문법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 해당하는지 여부
상업장부, 항해일지, 진료일지 또는 이와 유사한 금전출납부 등과 같이 범죄사실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에게 맡겨진 사무를 처리한 내역을 그때그때 계속적, 기계적으로 기재한 문서는 사무처리 내역을 증명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문서로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에 따라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러한 문서는 업무의 기계적 반복성으로 말미암아 허위로 작성될 여지가 적고, 또 문서의 성질에 비추어 고도의 신용성이 인정되어 반대신문의 필요가 없거나 작성자를 소환해도 서면제출 이상의 의미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는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가 당연히 증거능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기타’라는 문언으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1호와 제2호의 문서들을 제3호에서 정한 문서의 예시로 삼고 있다.
전문법칙에 관한 규정 체계ㆍ입법 취지와 함께 형사소송법 제315조의 규정형식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서 정한 문서는 제1호와 제2호에서 열거된 공권적 증명문서와 업무상 통상문서에 준하여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를 뜻한다(대법원 2015. 7. 16. 선고 2015도262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7. 12. 5. 선고 2017도12671 판결 등 참조).
안종범의 업무수첩은 안종범이 사무처리의 편의를 위하여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을 기재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굳이 반대신문의 기회 부여가 문제 되지 않을 정도로 고도의 신용성에 관한 정황적 보장이 있는 문서’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의 ‘기타 특히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안종범의 업무수첩이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3호에서 정한 문서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뇌물)
1) 정유라 승마 지원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가) 원심은, 피고인이 이재용 등으로부터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하여 정유라에 대한 승마 지원을 위한 용역대금 명목의 합계 36억 3,484만 원(282만 9,969유로)과 살시도, 비타나, 라우싱이라는 말 3필 합계 34억 1,797만 원(258만 유로)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선수단차량 3대, 말 운송차량 1대의 무상 사용이익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였다는 등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면서, 다음과 같이 일부 공소사실에 관하여는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였다.
(1) 최서원이 지배하는 회사인 코어스포츠와 삼성전자 주식회사(이하 ‘삼성전자’라 한다) 사이에 2015. 8. 26. 체결된 용역계약(이하 ‘이 사건 용역계약’이라 한다)은 피고인과 최서원이 이재용 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기 위한 수단이고, 뇌물수수가 정당한 승마 지원인 것처럼 가장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용역대금이 213억 원으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가장행위에 불과한 이 사건 용역계약만으로 피고인, 최서원과 이재용 등 사이에서 그 용역대금을 뇌물로 수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용역계약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이나 최서원과 이재용 등 사이에서 213억 원을 뇌물로 수수하겠다는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되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용역계약에서 정한 총액인 213억 원에 대한 뇌물수수를 약속하였다고 볼 수 없다.
(2) 말들에 관한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이익이 삼성전자에서 최서원에게 이전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보험금은 삼성전자에 지급되고 박상진, 황성수 등이 최서원에게 보험금을 전달하거나 보험금으로 말을 구입하여 제공하면 그 단계에서 새로운 뇌물수수죄가 성립한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최서원이 박상진으로부터 말들에 대한 보험료 상당액을 받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3)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는 코어스포츠가 삼성전자의 비용으로 구입하여 사용한 선수단차량 3대, 말 운송차량 1대의 소유권이 삼성전자에 있다는 확인서를 작성하였고 삼성전자가 자산관리대장에 위 차량들을 유형자산으로 등재한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차량들 자체 또는 구입대금을 최서원이 뇌물로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수수약속죄, 뇌물죄의 이익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재단법인 미르,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이하 각각 ‘미르재단’, ‘케이스포츠재단’이라 하고, 통칭하여 ‘이 사건 각 재단’이라 한다)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승계작업에 관한 이재용의 묵시적 청탁과 이재용 등이 이 사건 각 재단에 지급한 출연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이 사건 각 재단에 대한 전체 출연 규모, 미르재단에 대한 출연금의 증액 여부, 출연 기업의 범위와 재단 설립 일정 등을 정하여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이라 한다)에 전달하였고, 전경련은 이를 기초로 후원금을 모으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기업들의 출연금액을 정해 주었다. 따라서 삼성그룹에 대하여만 어떤 대가관계가 있다거나 피고인이 유독 이재용에게만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에 대한 대가관계를 인식하고 지원을 요청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과 이재용이 2014. 9. 12. 단독 면담을 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검사가 주장하는 다른 현안들에 관하여 피고인과 이재용 사이에 이 부분에 관한 부정한 청탁과 대가관계가 모두 인정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각 재단은 제3자뇌물수수죄의 제3자에 해당한다. 이재용 등이 피고인과 최서원이 부담하여야 할 이 사건 각 재단의 출연금을 대신 지급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과 최서원이 이 사건 각 재단 출연금을 직접 받은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제3자뇌물수수죄의 직무관련성, 대가관계, 부정한 청탁, 뇌물수수죄에서 경제적 이익의 귀속, 재단법인 설립과 출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이하 ‘직권남용’이라 한다)와 강요
1) 이 사건 각 재단 설립․모금 관련 일부 직권남용,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주식회사 케이디코퍼레이션(이하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 한다) 관련 일부 직권남용, 롯데그룹에 대한 케이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관련 일부 직권남용, 삼성그룹에 대한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라 한다) 관련 일부 직권남용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각 재단 설립․모금 관련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은 전경련 임직원 중 미르재단의 설립과 관련한 이승철, 이용우, 이소원, 케이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한 이승철, 이용우, 각 출연그룹의 임직원 중 원심판결 별지 범죄일람표(이하 ‘범죄일람표’라 한다) 1, 2의 각 ‘그룹별 출연 결정 주체’란 기재 각 출연결정자이므로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은 유죄로 판단하되, 이들을 제외한 전경련과 기업의 다른 임직원들은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위 사람들에 대한 직권남용은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다.
(2) 현대자동차그룹, 롯데그룹, 삼성그룹에서 각 공소사실 기재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한 사람은 김용환, 신동빈, 이재용이므로 이들에 대한 직권남용은 유죄로 판단하되, 이들을 제외한 정몽구, 이인원과 소진세, 최지성과 장충기는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는 증명이 없거나 공소사실 기재 직권남용 행위로 인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위 유죄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판결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와 같이 판결이유에서 일부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현대자동차그룹에 대한 주식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이하 ‘플레이그라운드’라 한다) 관련 직권남용
가)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직권을 행사하는 모습으로 실질적, 구체적으로 위법ㆍ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에서 말하는 ‘직권남용’이란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에 관하여 그 권한을 위법․부당하게 행사하는 것을 뜻하고, 공무원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지 않는 행위를 하는 경우인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와는 구별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7도9139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도5329 판결 등 참조).
어떠한 직무가 공무원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그에 관한 법령상 근거가 필요하다. 법령상 근거는 반드시 명문의 규정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법령과 제도를 종합적, 실질적으로 살펴보아 그것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고, 이것이 남용된 경우 상대방으로 하여금 사실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를 방해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직권남용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에 포함된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4도4044 판결,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11도173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이 김용환에게 플레이그라운드에 대한 광고 발주를 요구한 것은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주식회사 케이티에 대한 직권남용
원심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이 황창규에게 이동수와 신혜성의 채용․보직 변경과 플레이그라운드로의 광고대행사 선정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과 경제수석비서관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포스코그룹에 대한 직권남용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포스코그룹과 주식회사 더블루케이 사이에 스포츠단 창단과 용역계약 체결이 성사되지 않았고, 펜싱팀 창단 등에 관한 구속력 있는 합의가 없었으며, 양측에서 이루어진 의견교환을 두고 권오준, 황은연의 의무 없는 행위가 성립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직권남용 범행이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서 의무 없는 일로 특정된 행위가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공소사실 기재 직권남용 범행이 기수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나) 한편 원심은 위와 같이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그 근거로 최서원, 안종범에 대한 파기이유가 제1심 공동피고인이었던 피고인에게도 공통된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를 들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는 “피고인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항소한 공동피고인에게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게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이는 공동피고인 상호간의 재판의 공평을 도모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3. 3. 26. 선고 2002도6834 판결 참조). 위와 같은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의 규정 내용과 입법목적을 고려하면, 위 규정은 공동피고인 사이에서 파기의 이유가 공통되는 해당 범죄사실이 동일한 소송절차에서 병합심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부분 공소사실이 포함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고합364호 사건으로 최서원, 신동빈과 함께 공소제기 되었으나, 최서원, 안종범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이미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고합1202호 사건으로 공소제기 되었고, 피고인과 최서원, 안종범 각각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은 병합되어 심리되지 않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은 최서원, 안종범과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형사소송법 제364조의2에서 정한 공동피고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제1심판결을 파기하면서 위 규정을 적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원심은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에 따라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직권으로 심판하여 파기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제1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한 원심의 판단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5) 이상화 본부장 임명 관련 직권남용
원심은,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과 안종범의 지시를 받은 정찬우가 김정태에게 이상화의 본부장 임명을 요구한 것은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직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직권남용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이 다르므로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6)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라 한다) 임직원에 대한 일부 직권남용과 강요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1) 장용석, 이한신은 2014. 3.경 오진숙의 요구로 인하여 겁을 먹거나 위구심을 일으켜 오진숙의 요구에 응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한신이 예술위 위원장과 위원들에게 19명의 후보자를 선정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를 전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2) 범죄일람표 7의 ‘산하기관 담당자 의무 없는 행위(무죄부분)’란 기재 중 예술위 임직원인 김의숙, 장용석, 이윤희, 정혜영, 류재수, 이한신, 정철, 양한성, 강병주, 임수연, 이제승, 차민태, 강지훈, 양경학이 공모사업 심의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장용석, 류재수, 이제승, 양경학이 지원배제 방침이 관철될 때까지 공모사업 진행 절차를 중단하며, 김의숙, 장용석, 양한성, 강지훈, 양경학이 지원배제 대상자에게 불리한 사정을 부각시켜 심의위원에게 전달하고, 장용석이 지원배제 방침을 심의위원에게 전달하면서 지원배제 대상자의 탈락을 종용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강요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라. 공무상비밀누설
원심은, 2016. 10. 25.자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 압수한 최서원 소유의 외장하드디스크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복제․탐색하던 중 발견된 범죄일람표 4의 순번 2부터 34까지 기재된 각 문건들과 그 출력물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하므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2. 검사는 원심판결 중 무죄를 선고한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부분과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한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고, 피고인은 원심판결에 대하여 상고하지 않았다. 검사가 위 이유무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한 이상 그 부분과 포괄일죄,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유죄부분도 상고심에 이심되어 심판대상이 된다(대법원 1989. 4. 11. 선고 86도1629 판결, 대법원 1995. 6. 13. 선고 94도3250 판결 등 참조).
이와 같이 이심된 유죄부분과 나머지 유죄부분은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으로서 하나의 형이 선고되었으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모두 상고심에 이심되었다(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8도559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 제3항에 따르면, 형법 제38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 재임 중의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 제129조 내지 제132조(특정범죄가중법 제2조에 의하여 가중처벌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규정된 죄를 범한 경우에는 그에 속하는 죄와 다른 죄에 대하여 이를 분리 선고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인에게 유죄로 판단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와 나머지 다른 죄에 대하여 형법 제38조를 적용하여 하나의 형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부분과 포괄일죄,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결국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유죄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은 모두 파기되어야 하고, 원심이 주문에서 무죄로 판단한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에 대한 검사의 상고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되어야 한다.
한편 이 판결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는 위 일부 공무상비밀누설 부분은 확정되고, 원심판결의 이유무죄 부분 중 대법원이 위 1항에서 판단한 사항에 관하여는 확정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위와 같이 파기되는 부분 중 유죄부분은 이 판결의 선고로 그 부분에 대한 유죄판단이 실체적으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7도7042 판결 등 참조).
또한 제1심판결도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3호, 제3항에 따른 분리 선고를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환송 전 원심에서 일부 강요 부분 등에 관하여 공소장변경이 이루어져 제1심판결과 심판대상이 달라지는 등 제1심판결에도 파기사유가 있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제1심판결 중 유죄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환송 전 원심에서 심판한 부분 중 위에서 본 것처럼 대법원이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확정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대하여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해 둔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 중 유죄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조희대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권순일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박상옥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이기택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김재형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박정화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안철상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민유숙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김선수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이동원 _________________________
주 심 대법관 노정희 _________________________
대법관 김상환 ______________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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