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우종창 기자의 거짓과 진실

세 국정원장의 최후 진술

우종창 2020.12.07 16:12 조회 수 : 86

 

박근혜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던 남재준이병기이병호 등 3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2020. 11. 23. 서울고등법원에서 있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사용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전 국정원장 3명은 1심과 2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이병호 원장의 변호인인 엄상익 변호사는 이날 재판을 지켜본 소회를 조갑제닷컴에 기고했다. 엄상익 변호사의 기고문과 이병호 원장의 최후 진술을 소개한다.

 

늦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스산한 날씨의 20201123일 오후 세 시였다. 나는 서초동 언덕에 하늘을 뚫을 듯 우뚝 서 있는 회색 타일 건물인 서울고등법원 삼백십이호 법정의 방청석 뒤쪽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앞의 피고인석에 푸석푸석 윤기 없는 파 뿌리 같은 백발의 세 사람 뒤통수가 보였다. 힘이 빠진 칠십대와 팔십대 노인 세 명이었다. 그들의 뒷모습에서는 쓸쓸함이 애잔하게 전해져 왔다.

 

그들은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박근혜 정권의 국정원장이었다.

남재준씨는 평생 군인으로 육군참모총장을 지냈다.

이병기씨는 주일(駐日)대사를 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었다.

이병호씨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평생을 정보관으로 일한 정보기관의 역사 그 자체인 인물이었다.

 

몇 년간 재판을 받아오고 있었다. 변호사들의 화려한 법리논쟁으로 와글거리던 법정이 끝이 나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최후진술을 할 시간이 온 것이다.

 

세 명의 국정원장을 보면서 나는 오래된 사극(史劇)의 장면들이 그들에게 겹쳐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군사반란이 일어나 왕과 그의 측근 장수가 잡히면 목이 잘려 성문에 걸리는 효수형을 받았다. 정적을 처단하는 단순하고 직선적인 방법이었다. 오늘날은 좀더 정교한 법치의 포장을 하고 있다.

 

검찰은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간 예산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했다. 또 국정원장들을 전문적인 회계공무원으로 간주해서 그들의 예산전용을 국고손실죄로 기소했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아무리 혁명재판소의 역할을 한다고 해도 법원의 판사들을 자기모순에 빠지게 했다. 법의 옷을 입혀도 그럴 듯하게 입혀야지 국정원장을 회계직원으로 본다는 것은 지나쳤다.

 

또 청와대에 간 극히 작은 예산을 박근혜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만드는 것도 양심에 걸렸던 것 같다. 1심과 2심의 판사들은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서 마주한 사실들을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달랐다. 담당 대법관은 국정원장을 회계직원으로 보라고 했다. 하급심 판사들은 대법관의 결론에 절대 복종하게 되어 있었다. 어차피 정권을 빼앗긴 그들은 죽을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미 보이지 않는 결론이 나 있고 법이라는 포장만 씌운 재판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법정에서 행해지는 혁명 정치였다. 나는 국정의 사실상 이인자급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현대판 장수인 그들이 최후에 어떤 진술을 할 것인지 궁금했다.

 

피고인 남재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세요

재판장이 육군참모총장 출신 전 국정원장에게 말했다.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성대에 이상이 생겨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게 끝이었다. 한없이 하고 싶은 말과 울분을 침묵으로 대신하는 것 같았다.

 

다음 이병기 피고인 마지막으로 할 말은?”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 주일대사를 하던 전 이병기 국정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가 대통령에게 뇌물을 줬다고 해서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 뇌물은 국정원 예산담당 직원에 의해 절차를 밟아 청와대 담당 비서관에게 갔습니다. 제 생각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려고 했다면 몰래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직접 줬을 것 같은 데 말이죠.”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이병호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시죠.”

재판장이 그중 최고령으로 여든두 살의 전 국정원장에게 말했다.

 

저는 인생에서 이것이 다시없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정보기관에 몸 바쳐 온 사람으로 말을 해야겠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그가 만들고 싶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한 중심체가 필요했습니다. 정보기관은 원래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는 게 사명입니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국정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정보기관에게 손과 발의 역할도 맡겼습니다. 제가 처음 들어갔던 시절, 정보기관은 가장 애국적인 조직이었습니다. 우리들은 충성심으로 피가 끓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런 정보기관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보기관은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과오도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정권에 휘둘리고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권력이 사람들을 네 편 내 편으로 가르고 상대편을 적폐로 몰아 법을 동원해 죽이는 과정입니다. 살벌한 증오가 기승을 부립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법치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통합과 치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법원은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그의 말은 한 시간 가량 세상이 관심을 끊은 텅 빈 법정의 허공에서 맴돌고 있었다. 평생 개결한 자존심으로 살아온 그는 뇌물범으로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여든 살이 넘은 병든 노인으로 감옥에서 인생을 마감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력의 한 단면을 본 씁쓸한 날이었다.

 

이병호 전 국정원장 최후진술

 

존경하는 재판장님,

 

오늘 진술은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없는 법정에서 행하는 마지막 진술입니다. 그래서 그간 재판과정을 통해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생각과 소견을 진솔하게 말씀드리고저 합니다.

지금 이 법정에는 박근혜 전 정부에서 근무한 국정원장 3명 전원, 그리고 기조실장이 재판장님 앞에 있습니다. 이처럼 같은 정부에서 일한 나라의 정보책임자 3명 전원, 그리고 기조실장이 한꺼번에 재판받는 것은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일 것입니다세계 문명국가 어느 나라에서도 이처럼 정보책임자들이 한꺼번에 재판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저와 같이 앉아 있는 이분들은 모두 훌륭하게 공직생활을 한 분들입니다부패한 분들이 결단코 아니고모두 사익을 추구함 없이 오랜 기간 동안 충직하게 공직에 헌신한 분들입니다. 이 점 저는 자신있게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우리 모두를 국고손실범으로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승복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유무죄의 판단은 법원만이 가지고 있는 특권임을 압니다. 또 이미 대법원의 판단이 내려진 이상, 더 이상의 이의제기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법률전문가는 아닙니다. 그러나 저는 건전한 양식과 상식적 관점에서 처음부터 이 사건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침묵하기 보다는 유, 불리를 떠나 피고인으로서 어떤 점을 이해 할 수가 없는지, 왜 억울해 하는 지를 분명한 기록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이 사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국정원 예산이 청와대에 지원된 것입니다. 국정원 예산이 청와대로 전용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왜 이 예산전용문제가 검찰에 의해 국정원장들의 대통령에 대한 뇌물범죄혐의로, 또 국고손실범죄 혐의로 변질되어 기소되었는지를 처음부터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검찰 조사 시 검사는 청와대 자금지원이 위법인가를 알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배정된 국정원 예산을 국회 동의없이 청와대에 지원한 것은 위법이며 용도 외 사용이라고했습니다.

 

그러나 뇌물관련 어떤 질의도 없었습니다. 회계업무 관련 질의도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뇌물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재판 도중 검찰은 또 갑자기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직원이라면서 국고손실혐의를 예비혐의로 추가 했습니다. 검찰이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혐의를 기소한 셈 입니다

 

우리 사건을 총 지휘했었던 당시 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검사들을 대상으로 수사는 수사대상자를 설득해 수사에 대한 공감과 보편적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 법 집행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정의로워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지사지로 수사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참으로 지당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지당한 말이 수사현장에서는 따로 노는 공허한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을 충분히 경험했습니다.

 

그 후 재판은 검찰의 기소내용을 중심으로 심리가 이루어 졌습니다. 정부예산 전용 문제 측면에서의 심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지금도 국정원 예산의 청와대 지원이 위법이라면, 이는 정부 부처간 예산전용을 금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을 잘 모르는 저의 아전인수식 생각은 아닙니다제가 만난 많은 변호사들과 학자, 언론인 등 건전한 양식을 지닌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예산전용은 위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위법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또한 예산전용은 정부 내 도처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 입니다. 최근 검찰의 정보, 수사용 특활비를 법무부가 전용해 쓰고 있던 오랜 관행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에 예산이 전용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전용 사례들이 대통령이 국정원 예산을 전용해서 쓴 것과 어떻게 다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법무부 검찰국 특활비는 박근혜 국정원 특활비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게재했었습니다.

 

더구나 국정원 예산의 전용은 대통령 지시로 일어난 것입니다. 또한 이 예산 전용은 다른 행정부처간 예산 전용과는 그 성격을 달리 합니다. 그 예산 전용은 국정원에 대한 대통령의 지휘권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정원은 대통령 소속기관입니다. 대통령은 인사, 편제 등 국정원의 전반적인 운영을 지휘 감독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수호의 헌법적 책무를 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이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두 가지 장치를 활용합니다. 하나는 군 통수권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정보기관이라는 장치입니다. 이는 모든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국가안보운영 원리입니다

 

이와 같이 국정원에 대한 대통령의 지휘권은 대통령이 지닌 총체적 국가안보지휘권의 일환입니다. 헌법에 보장된 권한입니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합니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직간접적으로 모두 국가안보와 연결됩니다. 대통령의 건강상태마저 국가기밀이 되는 이유는 대통령 자신이 국가안보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의 판단과 행위를 그 누구도 함부로 국가안보와 무관하다고 재단할 수 없습니다대통령의 구상 그리고 그런 판단과 조치를 한 저간의 사정을 대통령 외에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대통령의 안보지휘권은 대통령 고유의 배타적 영역입니다

 

이러한 국가안보운영 원리를 반영하여 우리나라는 국정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법으로 정해 놓고 있습니다. 이런 법 규정은 다른 나라에는 없습니다

 

이처럼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대통령과 국정원 간의 안보 특수관계를 법으로 강력하게 묶어 놓은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 법에 따라 자신의 소속기관인 국정원의 운영전반을 지휘 감독해 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부임 초에 국정원 예산을 전용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결심했고 이 판단에 따라 국정원 예산의 청와대 지원을 지시했습니다. 대통령이 지닌 국정원에 대한 지휘권을 발동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예산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위법이라고 사법적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업무는 지휘할 수도 있어도 예산은 안 된다고 판결함으로서 대통령의 안보지휘권을 사실상 제한했습니다. 참으로 위험한 판례를 만들었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통령이 안보 목적으로 자신의 판단과 구상에 따라 국정원 예산을 비밀리에 동원해야 할 상황과 필요성은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그때마다 대통령은 국정원장에게 이를 설명해야 하고 국정원장은 그 지시가 국정원 직무에 맞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국정원 직무범위를 따지는 것도 간단치 않습니다. 검찰은 국정원법 3조의 직무범위, 즉 국내외 정보수집에 한정해야 한다고 주장 합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국정원은 대북교섭과 같은 국정원 직무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은 국가안보업무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검찰의 논리라면 국정원의 대북 교섭 업무, 그리고 관련해서 사용한 예산은 모두 용도 외 사용으로 불법이 됩니다. 대북 교섭업무에 국정원을 동원한 대통령의 안보지휘권도 불법이 됩니다.  

 

물론 대통령의 국가안보지휘권은 초법적으로 행사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법적 잣대로 대통령의 안보지휘권을 지나치게 묶는 것은 위험합니다. 국가안보는 결과적으로 나라를 지키는데 어떻게 기여하는 것을 따지는 합목적적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명국가에서는 국가원수의 안보활동이나 정보기관의 활동에 대한 사법적 제한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안보운영의 글로벌 스탠다드입니다CIA는 타 정부 부처 예산을 전용해 쓸 수 있는 권한마저 부여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사건이 지닌 국가안보적 함의를 법원이 보다 철저히 심리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한 판결을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국정원법 3조에 의거,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법적의무를 지닌 국정원장들이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다는 이유로 사법처리 당했다는 것입니다

 

왜 처음부터 대통령의 지시의 위법성을 인지치 못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따지지 않았느냐? 그래서 너는 대통령과 공범인 범법자다라는 판결의 요체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부인할 수 없는 우리의 정치현실을 외면한 것입니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법적 의무를 지닌 국정원장이 대통령의 지시를 따지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고 범법자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과잉처벌의 사례일 것입니다.

 

지난 번 제 변론에서 자세히 밝힌 대로 제가 원장으로 부임 당시에 청와대 자금지원 문제는 이미 2년간 행정적으로 정착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그간 해오던 대로 관행을 따르는 선택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습니다

 

나라의 정보 책임자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막중한 일입니다.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저는 75세의 늦은 나이에 하루 만에 갑자기 국정원장이 되었습니다. 밀려드는 일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청와대 지원문제는 제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지엽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제 재직기간 중 청와대 자금지원문제는 이OO 기조실장에게 전적으로 맡겨져 있었습니다저는 모두 이OO의 보고를 듣고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22개월의 재직 기간 중 제가 지원 문제와 관련하여 보고를 듣는 등 이OO와 대화한 시간은 전부 합해서 10여분을 넘지 않습니다.

 

또한 저는 국가 안보 책임자이며 국정원의 사실상의 지휘관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금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구나 생각했고, 과거에도 늘 그래왔던 역대 정부의 관행을 따른 지원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저는 자발적 범죄 의지와 고의성이 범죄의 핵심 구성요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전에 미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위기에 몰려 있었습니다. 그때 자주 등장한 용어가 '퀴드 프로 쿠어'라는 범죄의 대가성과 고의성이라는 용어였습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행위는 법 위반의 개연성이 있지만 결국 대가성을 증명할 수 없어서 탄핵논의가 기각된 바 있습니다

                                             

저는 청와대 자금지원이 범죄가 될 줄은 전혀 몰랐고 따라서 대가를 바라는 고의성도 전혀 없었습니다. 사익을 추구한 바 없고 돈을 착복하거나 횡령한 바도 없습니다. 그런 제가 감옥생활을 했고 갈 위험에 처한 것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해서 적폐청산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일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 국정원장을 했었다면 그 분이 저 대신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제 주장은 억지가 아닙니다. 사건의 실체를 있는 그대로 지적하고 있을 뿐입니다.  

 

국정원의 청와대 자금 지원을 적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적폐는 중앙정보부 창설 이래 수십 년간 지속되어 온 적폐입니다. 그리고 이 적폐는 모두 역대 대통령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발생한 것입니다.  

 

따라서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면 됩니다. 대통령의 지시를 어길 국정원장은 없습니다. 이처럼 수십 년 해 묵은 관행의 문제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장 3명을 꼭 집어서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이 과연 공정한 법 정의에 부합할까요?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이종찬 전 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에서도 국정원 예산을 활용한 사례가 있음을 밝히고 이병기, 이병호 원장은 억울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박지원 현 국정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이병기, 이병호 두 원장은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이 분들의 발언은 청와대 지원은 개인의 비리 문제라기보다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불쌍한 정보기관입니다전 세계 정보기관 중 국정원처럼 불운하고 불쌍한 정보기관은 없습니다.  3명의 국정원장이 한꺼번에 이곳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모습 자체가 그  불운을 상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은 좋은 정보기관입니다나라를 지키기 위해 어느 정부 부처도 하지 않는 어렵고 험한 일도 마다치 않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애국적인 조직 입니다.

 

흔히 우리는 세계 일류 정보기관으로 미CIA 나 영국의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같은 정보기관을 듭니다. 그러나 나라마다 정보기관이 담당해야할 안보소요가 다릅니다. 그래서 일류냐 아니냐라는 기준은 그 나라가 필요로 하는 국가 정보 소요를 그 나라 정보기관이 제대로 감당하느냐 못 하는냐로 가름되어야 한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 기준으로 보면 국정원은 우리나라가 필요로 하는 정보 소요를 잘 감당하고 있는, 이들 기관들에 버금가는 좋은 정보기관 입니다.

 

그런데도 국정원은 끓임없이 비판받고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습니다. 국정원이 과거 나쁜 짓을 많이 해 자업자득이라고 합니다저는 중앙정보부에서 국정원에 이르기까지 30년간 정보관리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 기간은 우리나라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현재의 기적의 스토리를 써온 기간과 일치합니다. 그 기적의 스토리를 저는 정보 관리로서 지켜보았고 체험 했습니다.

 

우리정보기관은 출범부터가 다른 나라 정보기관과는 달랐습니다. 보통 다른 나라 정보기관은 눈과 귀의 역할만을 부여받은 채 출범합니다. 그러나 1961년 중앙정보부는 눈과 귀 뿐만 아니라 손과 발의 역할까지 부여 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국가 리더십의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형편은 가난했고 우리보다 국력이 강한 북한의 위협에 항시적으로 시달리던 비상시국이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이런 비상시국 하에서 자신의 국정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정을 출범시켰습니다. 때문에 우리 정보기관은  순수 정보기관이라기 보다는 국정운영의 중심체의 역할을 담당하는 숙명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우리 정보기관은 우리나라 역사 발전 과정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작동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과오와 무리가 있었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 역사가 파란만장한 곡절의 여정을 겪는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우리정보기관이 크게 기여 했다든 것도 또한 부인 할 수 없는 사실 입니다.

 

현재의 국정원은 어제 국정원이 아닙니다. 손과 발의 기능을 내려놓고 눈과 귀의 기능만 남은 순수 정보기관으로 진화했습니다. 이제 국정원은 정치와 절연되었습니다사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여전히 과거와 옥죄임을 당하고 몹쓸 기관으로 과도히 비판 받고 있습니다

 

제가 국정원의 과거를 길게 설명드린 것은 이러한 국정원의 역사가 우리 사건과 무관치 않은 배경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워싱턴 포스트지>는 미국 대통령직은 오랜 역사적 전통에 뿌리를 둔 불문율과 규범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이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에 지면 승복을 하는 대통령직의 전통과 불문율의 영역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위에서 지적한 오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도 대통령직의 특별한 관행과 문화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국정원 예산을 청와대가 전용해 온 것도 그런 관행에 속합니다

 

그간 다수의 법조인 출신 인사가 국정원을 지휘했었습니다. 법에 정통한 이 분들 누구도 이 관행에 대해 법적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된 우리 대통령직의 불문율을 그대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와서 갑자기 이 관행에 사법적 잣대를 드리댔습니다이 관행이 잘못된 것이라면 제도적으로 고치면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문제를 국정원장들의 개인비리로 변질시켜 전원을 형사 처벌했습니다. 형법이 금한 과잉처벌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갇힌 자와 같이 갇힌 것처럼 갇힌 자를 생각하라라고 성경 히브리서에 쓰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솔로몬 왕에게 소원을 물었을 때  솔로몬은 재판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지혜를 달라고 했습니다.

 

재판은 연민의 마음으로, 또 억울한 판결이 없도록 늘 경계하면서 재판하라는 경구의 말씀입니다. 이 성경 말씀의 정신은 우리 헌법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죄형법정주의, 엄격한 증거적용,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등 원칙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 합니다.                                                                                                              

헌법학의 대가이고 서울대 명예교수인 최대권 교수는 <문화일보> 20181016일자에 기고문을 통해 이렇게 지적 했습니다.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증거의 엄격한 해석이 요구된다. 합리적 의심도 불가능한 증거가 요구된다. 유추해석도, 반대의견이 가능한 증거도 안 된다

 

저는 법률가이면 누구나 최 교수의 주장이 당연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자명한 원칙이 그간 제 재판과정에서 철저히 외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법원은 저더러 대통령에게 2억원의 뇌물을 주었다고 판결했습니다. 그 간의 정기적 지원이 중단된 2개월 만에 대통령이 달라고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주었기 때문에 뇌물이라고 했습니다

 

국정원장이 대통령을 매수하기 위해 뇌물을 주었다면 이는 참으로 어마어마한 중대 범죄입니다. 극도의 국기문란 범죄이고 국가반란 범죄입니다. 이 어마어마한 판결을 내리면서 대법원은 증거의 엄격해석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제게 유리한 증거는 모두 외면했습니다

 

제가 왜 대통령에게 무엇을 바라고  뜬금없이 뇌물을 바칩니까? 대법원은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지난번 변론에서 밝힌 대로 청와대 자금지원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다가 20167월 청와대가 중단을 원한다는 이OO의 보고로 인해 중단했습니다.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어 중단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9월 이OO가 대통령이 금전적으로 어렵다는 청와대의 전언이 있었다고 보고해 왔습니다.   

 

저는 4개월 전인 20165월 국정원의 자금지원을 계속해 달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접지시를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때문에 저는 이OO의 보고를 대통령의 자금 지원 요청으로 받아드렸습니다

 

이 보고가 없었다면 문제의 자금지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OO도 지난번 이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의 보고가 없었다면 자금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명확히 증언한 바 있습니다. 대법원은 왜 이런 증거와 정황을 다 외면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이 문제를 뇌물로 판결치 않았습니다. 이 두 법정은 저를 포함한 관련 증인을 직접 심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심리한 후 내린 판결이었습니다. 공판중심주의의 원칙이 적용된 판결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관련 서류만 보고 이들 판결이 틀렸다고 판단했습니다. 저는 법률 문외한이지만 대법원은 사실관계가 아닌 법리를 심리하는 법률심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법리가 아닌 사실관계를 선택적으로 다시 따졌던 것입니다

 

최대권 교수는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이나 반대의견이 가능한 증거도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 자명한 원칙에 비추어 보면 저의 이러한 문제 제기가 충분히 정당하다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대통령에게 뇌물이나 바치는 무책임한 뇌물범이 아닙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또한 대법원은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직원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제가 아는 상식으로 이 또한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입니다. 그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부의 회계 관계 공무원은 아무나 될 수 없습니다. 누가 어떻게 회계 관계 공무원이 되는지는 법이 명료하게 절차와 규범을 정해 놓고 있습니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부의 모든 회계 관계공무원은 법령이 정한 관직에 의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일일 명령에 의해 지명받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회계 관계공무원은 반드시 재정보증에 가입되어야 합니다. 회계 공무원으로 지명하는 명령이 없거나 재정보증이 없으면 회계공무원이 될 수 없습니다

 

국정원에는 100여명 넘는 회계 관계 직원이 있습니다. 모두 관직이던지 일일 명령에 의해 지정된 직원들이고 전원 재정보증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대법원은 원장 특별사업비는 다른 직원이 간여할 수 없이 사용처, 지급시기와 금액을 확정하는 집행권한을 원장이 전적으로 행사하고 자금지출 원인 행위와 지출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회계 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원장 특별사업비는 원장이 자신의 케비닛에 넣고 마음대로 사용하는 예산이 아닙니다. 국정원에는 각 부서마다 정보프로젝트에 따른 사업예산이 편성되어 있습니다. 원장 특별사업비도 모든 국정원 부서의 사업예산과 마찬가지로 사업예산입니다. 단지 다른 정보사업 예산과 달리 구체적 사업내용이 불특정하고 포괄적이며 예비비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예측키 어려운 돌발적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국가안보와 정보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수십 년간 그렇게 편성, 운영되어 왔습니다전 세계 모든 정보기관도 모두 공통적으로 유사한 정보예산을 편성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처별 사업예산의 사용과 집행판단권은 담당 부서장에게 부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담당 부서장은 그 사업예산에 대한 집행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합니다. 차단의 원칙이 지켜지고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습니다

 

원장이 원장 특별 사업비의 집행권한을 전적으로 행사하기 때문에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 직원이라는 대법원의 논리라면 국정원 모든 부서장은 전원 회계 관계 공무원이 되어야 합니다.

또한 원장 특별사업비의  실제 사용은 독단적이 아닙니다. 대부분 참모들의 건의와 협의에 의해 예산사용이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미 밝힌 대로 청와대 자금지원을 제가 처음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이 지적한 지출원인행위가 부임 전에 이미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원장 특별 사업비도 다른 국정원예산과 마찬가지로 집행과 회계가 엄격히 분리된 채 운영됩니다. 때문에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직원이라고 생각하는 국정원 직원은 전무합니다

                                                  

검찰과 대법원에 묻고 싶습니다. 검찰 특활비를 관장하는 검찰총장은 회계 관계 직원입니까특활비를 배정받아 사용하는 모든 장관, 기관장들은 모두 회계 관계 직원입니까? 대법원의 논리라면 모두 회계 관계 직원이어야 합니다

 

참으로 상식에 맞지 않은 이상한 판결입니다. 때문에 항소심에서는 국정원장이 회계 관계직원이 아니라고 판결했던 것입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회계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을 정한 법령과 절차를 모두 무시했습니다. 원장 특별사업비의 실제 운영현실도 잘못 이해하고 유추해석하고 확대 해석했습니다. 어떻게 나라의 최고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지, 법 문외한이긴 하지만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 사건은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국정원장들을 사법처리하는 역사상 전대미문의 대형사건 입니다

 그렇다면 이 큰 사건에 대한 판결은 한 점의 의혹도 불가능할 정도로 흠결 없는 역사적 판결이어야 할 것입니다. 모두가 승복하는 판결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길게 지적할 정도로 명확치 못한 점이 너무 많은 판결이 되어선 결코 않 되어야 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우리 사건의 발단은 누구나 다 아는대로 적폐청산입니다. 적폐청산은 적대정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적대정치는 내편, 네편을 가르고 청산 대상을 골라냅니다. 그리고 법을 동원합니다. 법치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현상이 일어납니다

 

어느 나라 역사에서든지 늘 반복되어 온 적대정치의 패턴입니다. 며칠 전에 적폐청산을 임진왜란 전 1589년에 있었던 1000명의 관리가 혹독하게 처벌된 기축옥사에 비유하는 칼럼이 게재된 바 있었습니다

 

그 비유의 적절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 사회가  따뜻한 상호이해와 연민이 사라진, 살벌한 증오와 적의가 기승을 부리는 분열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는 데는 공감하게 됩니다. 상처 많고 아픈 사회가 되었습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지적한 통합과 치유가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세간의 여론에 공감하게 됩니다.

 

마침,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해 법의 날 치사를 통해 재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핵심가치가 수호되고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가 무엇인지 선언할 수 있는 용기와 사명감이 중요하다.” 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사법체계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법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김명수 대법원장의 치사 내용은 법원이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임을 재강조하고 법치수호의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되어 일말의 위로를 느낍니다

 

그러나 법치수호는 레토릭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개별 재판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정의를 선언하는 용기와 사명감이 제대로 작동되는 과정을 통해 구축되는 것일 것입니다. 진정한 법치와 형사사법의 정의는 범죄자를 추상같이 단죄하되, 억울한 범죄자가 생기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끝까지 챙김으로 세워지는 것일 것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미 말씀드린 대로 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관이라 하더라도 결코 무오류는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쉽게 승복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고의가 없던, 관행을 따랐던 간에 결과적으로 국정원 예산의 방만한 운영에 참여한 것은 사실입니다. 좀 더 치밀하지 못하고 현명치 못해 큰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제 나이를 말씀드리는 것이 구차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한 달 후 2021년이 되면 저는 한국 나이로 82세가 됩니다. 신체의 모든 부위가 하루하루 경직되어 가고 있고 현재 건강도 나날이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하루에 10개 이상의 약을 먹어야 하는 여러 가지 기저질환도 앓고 있습니다. 자녀는 외국에 살고 있고  여러 가지 질환을 앓고 있는 78세의 병약한 노인인 집사람과 단둘이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참으로 무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갇힌 자를 생각하는 따뜻한 법집행을 재판부에 간청합니다. 길게 말씀드린 제 입장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너무 길게 말씀드려 다시 한번 죄송하고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